투자기초
전환사채(CB) 리픽싱과 오버행 총정리
작성일 2026. 9. 18. · 투자기초
공시에 적힌 전환가능주식수는 최솟값입니다
보유 종목에 “전환사채권 발행결정” 공시가 뜨면 대부분 이렇게 확인합니다. 발행금액 얼마, 전환가액 얼마, 전환가능주식수 몇 주. 그리고 전환가능주식수를 기존 주식수로 나눠 “희석률 9% 정도네” 하고 넘어가죠.
문제는 그 숫자가 최솟값이라는 겁니다.
전환사채에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라는 조항이 거의 항상 붙습니다. 주가가 내려가면 전환가액도 따라 내려가고, 전환가액이 내려가면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받게 됩니다. 공시 시점에 적힌 전환가능주식수는 “주가가 한 번도 안 떨어졌을 때”의 숫자인 거죠.
이 글에서는 공시 한 장만 보고 최악의 경우 물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계산하는 법을 정리합니다. 규정에 상한이 정해져 있어서 계산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전환사채가 뭔지부터 30초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는 채권인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것입니다.
| 구분 | 내용 |
|---|---|
| 기본 성격 | 회사채 (원금 + 이자를 받는 빚) |
| 추가 권리 | 정해진 가격(전환가액)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음 |
| 표면이자율 | 0~2%대가 흔함 (일반 회사채보다 낮음) |
| 만기보장수익률 | 전환 안 하고 만기까지 갈 때 받는 수익률 |
|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 보통 발행 1~2년 후부터 원금 조기 회수 요구 가능 |
| 매도청구권(콜옵션) | 회사나 지정인이 채권을 되사갈 수 있는 권리 |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은 막히고 이익은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먹고, 안 오르면 채권으로 만기보장수익률만큼 받으면 되니까요. 표면이자율이 낮은 대신 이 옵션을 받는 거죠.
리픽싱 70% 하한 = 물량 42.9% 증가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상장회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는 전환가액을 최초 전환가액의 70% 아래로는 내릴 수 없습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정해진 하한이고, 예외를 두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계산이 아주 단순해집니다. 전환가능주식수는 발행금액 ÷ 전환가액이니까, 전환가액이 70%로 내려가면 주식수는 그 역수만큼 늘어납니다.
즉 최대 +42.86%
조정 폭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전환가액 조정 수준 | 물량 배수 | 물량 증가율 |
|---|---|---|
| 최초의 90% | 1.111배 | +11.1% |
| 최초의 85% | 1.176배 | +17.6% |
| 최초의 80% | 1.250배 | +25.0% |
| 최초의 75% | 1.333배 | +33.3% |
| 최초의 70% (하한) | 1.429배 | +42.9% |
전환가액이 30% 내려가면 물량은 30%가 아니라 42.9% 늘어납니다. 비율의 역수라서 그렇습니다. 이 비대칭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유상증자·무상증자·주식배당에 따른 조정은 별개입니다. 이 경우는 실제 희석 효과만큼만 조정하도록 규정돼 있어 70% 하한과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실제 사례로 검증해봤습니다
공식이 맞는지 실제 공시 숫자로 확인해봤습니다.
오하임앤컴퍼니 2회차 CB — 하한까지 내려간 경우
| 항목 | 조정 전 | 조정 후 |
|---|---|---|
| 전환가액 | 4,029원 | 2,821원 |
| 최초 대비 | 100% | 70.0% |
| 전환가능주식수 | 496.4만 주 | 708.9만 주 |
| 증가분 | +212.6만 주 (+42.8%) | |
전환가액이 정확히 70.0%까지 내려갔고, 물량은 42.8% 늘었습니다. 공식이 예측한 42.9%와 일치합니다.
발행금액을 역산해보면 4,029원 × 496.4만 주 = 약 200억 원입니다. 이 200억이라는 금액은 그대로인데, 나눠 쓸 전환가액만 줄어들어 주식수가 212만 주 더 나온 겁니다.
THE E&M 13회차 CB — 아직 여유가 있는 경우
| 항목 | 조정 전 | 조정 후 |
|---|---|---|
| 전환가액 | 1,646원 | 1,486원 |
| 조정률 | -9.7% | |
| 전환가능주식수 | 62.5만 주 | 69.3만 주 |
| 증가분 | +6.8만 주 (+10.8%) | |
9.7% 내렸는데 물량은 10.8% 늘었습니다. 역시 조정률보다 증가율이 큽니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11회차(1,670원 → 1,515원), 15회차(1,656원 → 1,515원)도 함께 조정됐습니다. 회차가 여러 개인 회사는 조정이 동시에 걸린다는 점도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흔한 일인가
2026년 8월 1일부터 22일까지 코스닥에서 나온 전환가액 조정 공시는 43건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건이었습니다.
공시 하나로 최악의 희석률 계산하기
이제 실전입니다. 필요한 숫자는 세 개뿐입니다.
3단계 계산
| 단계 | 계산식 |
|---|---|
| 1. 최소 물량 | 발행금액 ÷ 최초 전환가액 |
| 2. 최대 물량 | 발행금액 ÷ (최초 전환가액 × 0.7) = 1단계 × 1.4286 |
| 3. 최악 희석률 | 최대 물량 ÷ (기존 주식수 + 최대 물량) |
예시로 해보면
발행주식 1,000만 주인 회사가 100억 원 규모 CB를 전환가액 10,000원에 발행했다고 가정합니다.
| 구분 | 전환가능주식수 | 희석률 |
|---|---|---|
| 공시에 적힌 값 (전환가 10,000원) | 100만 주 | 9.09% |
| 리픽싱 하한 (전환가 7,000원) | 142.9만 주 | 12.50% |
| 차이 | +42.9만 주 | +3.41%p |
공시만 보면 9%인데 실제 상한은 12.5%입니다. 3.41%p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지분율이 그만큼 더 희석된다는 뜻이고 매물 압력도 그만큼 큽니다.
※ 희석률을 기존 주식수가 아니라 기존 + 신규로 나눠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100만 주가 새로 생기면 전체가 1,100만 주가 되니까요. 분모를 틀리면 희석률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여러 회차가 있으면 다 더해야 합니다
CB를 한 번만 찍는 회사는 드뭅니다. THE E&M처럼 11·13·15회차가 동시에 살아 있는 경우가 흔하죠. 전자공시(DART)에서 해당 종목의 “전환청구권행사”와 “전환가액의조정” 공시를 회차별로 모두 확인하고, 미상환 잔액 기준으로 합산하셔야 실제 오버행이 나옵니다.
전환가액 대비 주가 위치로 읽는 4가지 국면
현재 주가를 전환가액으로 나눈 비율 하나로 상황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주가 ÷ 전환가액 | 국면 |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
|---|---|---|
| 120% 이상 | 전환 유인 강함 | 전환 물량이 매도로 나올 가능성 높음 |
| 100~120% | 전환 경계선 | 주가 상승 시마다 매물벽 형성 |
| 70~100% | 리픽싱 진행 구간 | 조정될수록 잠재 물량 증가 |
| 70% 미만 | 하한 이탈 | 전환 포기 → 조기상환 압박 |
각 국면의 의미
전환 유인이 강한 구간에서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전환 물량이 쏟아집니다. CB 투자자는 시세차익을 확정하려 하니까요. 실적이 좋아져서 주가가 오르는데도 뚜껑이 눌리는 것처럼 보이는 종목은 이 경우가 많습니다.
리픽싱 구간이 가장 애매합니다. 주가가 빠질 때마다 전환가액이 따라 내려가면서 잠재 물량이 계속 늘어납니다. 나중에 주가가 회복되면 더 많아진 물량이 전환 대기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 거죠.
하한을 이탈한 구간이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위험합니다. 전환가액을 더 못 내리니 투자자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고 원금 상환을 요구하게 됩니다.
조기상환청구권 — 회사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간
2026년 9월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손오공 사례
| 항목 | 내용 |
|---|---|
| 발행 | 2025년 6월 200억 원 + 80억 원 |
| 표면이자율 / 만기이자율 | 연 2% / 연 5% |
| 만기 | 2028년 6월 |
| 전환가액 | 3,305원 |
| 현재 주가 | 약 1,900원 |
| 주가 ÷ 전환가액 | 57.5% |
| 조기상환청구 금액 | 118억 5,000만 원 (총 280억의 42.3%) |
주가가 전환가액의 57.5%까지 내려갔습니다. 리픽싱 하한인 70%(2,313.5원)보다도 17.9% 아래입니다. 전환가액을 법정 하한까지 다 내려도 여전히 주가가 그 밑이니, 주식으로 바꿔봐야 손해죠.
그래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했습니다. 200억 중 100억(50%), 80억 중 18.5억(23.1%), 합쳐서 118억 5,000만 원입니다.
확인해야 할 것
보유 종목에 CB가 있다면 DART 공시에서 조기상환청구 개시일을 꼭 확인하세요. 보통 발행 후 1~2년 시점이고, 그 이후로는 대개 3개월마다 청구 기회가 돌아옵니다. 그 날짜가 다가오는데 주가가 전환가액의 70% 아래라면, 회사의 현금성 자산과 청구 가능 금액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 회사의 현금 여력을 보는 법은 반대매매와 신용융자 담보비율 편에서 다룬 담보 부족 계산과 발상이 비슷합니다. 갚아야 할 금액과 동원 가능한 자금을 나란히 놓고 보는 거죠.
2024년 12월 강화된 규제가 바꾼 것
금융위원회는 2024년 11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2024년 12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실익이 있는 항목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 항목 | 개정 전 | 개정 후 |
|---|---|---|
| 콜옵션 행사자 공시 |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 표기 | 실제 행사자를 특정해 공시 |
| 70% 하한 예외 | 정관 규정으로 우회 가능 | 발행 건별 주주총회 특별결의 필요 |
| 만기 전 취득 | 사유 공시 불명확 | 취득 사유와 처리 계획(소각·재매각) 공시 |
| 사모 CB 전환가액 기준일 | 이사회 결의일 기준 가능 | 실제 납입일 기준 |
왜 중요한가
콜옵션 공시가 가장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회사가 CB를 싸게 발행한 뒤, 주가가 오르면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그 CB를 되사가는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그 지정인이 최대주주인 경우가 적지 않았죠. 기존 주주 돈으로 지배주주 지분을 늘리는 셈입니다. 이제는 누가 가져가는지 공시로 드러납니다.
납입일 기준 전환가액도 실질적입니다. 예전에는 이사회에서 전환가액을 정해놓고 납입을 미루다가, 주가가 더 내려간 뒤에 납입하는 방식이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실제 돈이 들어온 날 시세로 계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리픽싱 하한 70%는 모든 전환사채에 적용되나요?
상장회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전환우선주에 적용됩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며, 70% 미만으로 조정하려면 발행 건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2024년 12월 개정 전에는 정관 규정으로 우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막혔습니다. 다만 유상증자·무상증자·주식배당에 따른 조정은 별도 기준이며 실제 희석 효과만큼만 조정됩니다.
전환가액이 30% 내리면 물량도 30% 느나요?
아닙니다. 42.9% 늘어납니다. 전환가능주식수는 발행금액을 전환가액으로 나눈 값이므로, 전환가액이 0.7배가 되면 주식수는 1 ÷ 0.7 = 1.4286배가 됩니다. 실제로 오하임앤컴퍼니 2회차 CB가 전환가액을 4,029원에서 2,821원(70.0%)으로 조정했을 때 전환가능주식수는 496.4만 주에서 708.9만 주로 42.8% 늘었습니다.
내 종목의 오버행 물량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해당 종목의 “전환사채권 발행결정”, “전환가액의 조정”, “전환청구권행사” 공시를 회차별로 확인합니다. 미상환 잔액 기준으로 발행금액 ÷ (최초 전환가액 × 0.7)을 계산해 회차별로 합산하면 최대 물량이 나옵니다. 여기에 기존 발행주식 총수를 더한 값으로 나누면 최악의 희석률입니다.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한참 낮으면 오히려 안전한가요?
희석 측면에서는 그렇지만 다른 위험이 생깁니다. 주가가 전환가액의 70% 아래로 내려가면 리픽싱을 더 못 하므로 투자자는 전환을 포기하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합니다. 그러면 회사가 현금으로 원금을 돌려줘야 하죠. 손오공의 경우 주가가 전환가액의 57.5%까지 떨어지자 총 280억 중 118억 5,000만 원에 조기상환청구가 들어왔습니다. 회사 현금이 부족하면 추가 자금조달로 이어지고 결국 다시 희석됩니다.
전환사채 발행은 무조건 악재인가요?
자금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설비 투자나 인수합병처럼 이익을 늘리는 데 쓰이면 희석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존 채무 상환이나 운영자금 목적이면 희석만 남습니다. 공시의 “자금조달의 목적” 항목을 확인하시고, 표면이자율이 0%에 가까울수록 회사가 조달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간 대신 전환 조건을 투자자에게 내준 경우가 많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코스피 종목도 전환사채 리스크가 있나요?
상대적으로 훨씬 적습니다. 2026년 8월 1~22일 기준 전환가액 조정 공시는 코스닥 43건, 코스피 0건이었습니다. 대형주는 회사채나 유상증자 등 다른 조달 수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환사채 오버행은 사실상 코스닥 중소형주에 집중된 리스크로 보시면 됩니다.